애정도 관심도 없기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Don’t you really know?

얼마 전, 웹 서핑 중 우연히 어느 웹 매거진에 올라온 글을 하나 읽었습니다. 이 기사는 직접적이고 날 선 표현으로 국내 의류 및 패션 브랜드의 불분명한 아이덴티티를 꼬집으며 많은 페이지뷰 수를 기록하기도 했는데요. 이 글을 통해 많은 독자들이 에디터의 입장에 서서 국내 브랜드 시장을 냉철하게 들여다 본 글이라며 공감하기도, 국내 브랜드의 활동에 의구심을 품으며 불만을 갖기도 했을겁니다. 하지만, 과연 이 글은 정말 페이지뷰 수에 걸맞는 정확하고 공감 가는 글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글의 요지는 ‘국내 브랜드는 아이덴티티가 없다. 다 비슷하다. 트렌드 좇기에만 열중한다. 진짜 브랜드가 되려면 확실한 브랜드 컨셉을 보여라.’ 등의 단 몇 문장으로 압축할 수 있는데요. 불필요한 설명과 함께 장황하게 쓰여진 이 글은 이전에도 수없이 접해봤을 법한 글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결국 기존에 누군가 이야기해왔던 내용과 일맥상통한, 반복적인 이야기로밖에는 들리지 않습니다. 이에 더해 근거가 확실치 않은 글의 서론과 몇몇 단어 및 문장은 마치 현재 막 브랜드를 전개해 나가거나 런칭을 앞둔 국내 브랜드 대다수를 일컫는 듯 한 표현으로 느껴져 다소 거북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누구나 아는 사실이듯, 몇몇 대규모 편집샵만 보더라도 현재 국내 브랜드는 이미 포화 상태에 달했습니다. 물론 이 중에는 에디터의 말처럼 정말 얄팍한 생각으로 쉽게 뜨고 지는 유행을 좇기에 급급한, 브랜드라 일컫기도 불투명한 컨셉의 브랜드들이 수가 상당한 것도 사실입니다. 단편적인 면만 본다면요.

에디터가 보지 못한 시선을 따라가 보면, 요즘 국내 브랜드들 중에는 기존의 브랜드 디렉터 분들에 비해 젊은 디렉터들이 자신들의 영역을 구축하며 활동 영역을 서서히 넓히고 있습니다. 이들은 본인 세대들의 공감을 반영한 확고한 컨셉과 함께 패션이란 카테고리 안에 스스로를 묶어두지 않습니다. 다양한 문화와 공존하며 새로운 문화를 창출해내는 크루 활동 및 협업을 보여주며 스스로의 영역을 구축하고 확장해나가고 있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소개되지 않은, 조명 받지 못한 이들이 저마다의 브랜드 신념을 묵묵히 지켜가고 있을텐데요. 변두리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경제적 문제를 비롯한 현실적인 문제를 마주하고 조율해가며 브랜드를 지키려는 소규모 브랜드들 역시 상당합니다. 어쩌면 글쓴이의 태도보다는 각종 매스미디어가 트렌드에 영향을 받아 움직이는 브랜드들의 단편적인 면을 전체의 모습인 것처럼 보도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낳은 오류라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문제점에 대한 안타까움이 느껴지는 진심도, 공감을 뒷받침 할 냉철한 시선도 느껴지지 않은 에디터의 태도는 그리 큰 공감이 가지는 않습니다. 영향력 있고 규모 있는 매거진이기에 국내 브랜드라는 거대한 그림 중 일부만을 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렇듯 한 발짝 뒤에서 더 큰 그림을 보는 것이 아닌 한 발짝 위에 올라 내려다보는 듯한 불평과 평가가 섞인 글이라면,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