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이 밝혀낸 뱅크시의 정체, 과연 그 진실은?

뱅크시 이미지

자신의 다큐멘터리 필름, Banksy’s EXIT Through The Gift Shop에 등장한 뱅크시의 모습, 이미지 출처 : the creators project

아트 테러리스트, 거리의 예술가, 얼굴 없는 아티스트 등 수많은 별명을 지닌 그래피티 아티스트, ‘뱅크시(Banksy)’의 정체를 밝혀냈다는 설이 등장했습니다.

지난 수십년 간, 뱅크시를 둘러싼 수많은 이론들이 탄생하고 사라졌는데요. 지난 2008년, 영국의 신문인 ‘데일리메일(Daiyl Mail)’이 주장했던 바와 같이 뱅크시의 정체를 밝혔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고 합니다. 베일에 가려진 뱅크시의 정체는 바로 1973년, 영국 ‘브리스톨(Bristol)에서 태어난 ‘로빈 거닝햄(Robin Gunningham)’이라는 주장을 펼쳤는데요. 2008년 뱅크시의 정체를 밝혔다는 보도가 나왔을 당시, 커닝햄의 부모님, 전(前) 룸메이트와의 인터뷰, 증거 사진 등을 토대로 주장을 펼쳤지만 대중들을 설득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8년 뒤인 지금, 새로운 연구를 통해 뱅크시의 정체가 로빈 거닝햄인 명백한 증거를 밝혀냈다고 합니다. 런던에 위치한 ‘퀸 매리 대학교(Queen Mary University)’의 과학자들은 주로 연쇄 범죄자들을 수배하는 데 쓰이는 지리학적인 프로파일링 기술을 통해 뱅크시가 출현하는 지역과 거닝햄이 활동하는 지역의 이동 패턴을 비교했다고 합니다. 과학자들은 뱅크시가 자주 찾는 ‘핫 스팟’이라 추정되는 런던과 브리스톨에 그려진 뱅크시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140점의 작품들을 선정해 연구를 진행했는데요. 연구진들이 말하는 런던과 브리스톨의 ‘핫 스팟’은 거닝햄이 거주했거나 빈번하게 다녔던 장소와 일치한다고 합니다.

이번 연구결과는 공간과학협회의 학술지인 ‘Journal of Spatial Science를 통해 제시됐는데요. 뱅크시의 변호사가 분명히 이 연구 결과에 대한 우려를 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연구원들은 결과 발표를 강행했다고 합니다.

비록 연구원들은 이번 주장이 과학적인 연구결과가 뒷받침 한다고 하지만, 이번 주장은 여전히 미심쩍은 부분이 존재합니다. 바로 뱅크시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작품을 표본으로 삼았다는 점과, 지리학적 프로파일링이라는 한가지 방법에만 치중한 연구라는 점입니다.

물론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증명하는 과학적 방법을 통해 나온 결과이기 때문에 논리적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 과학적인 과정에도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는 점은 아쉬운 점으로 남는 것 같습니다. ‘추정’은 활자 그대로 확실하지 않는 상태에서 ‘유력한’ 짐작을 하는 것이기에 100%가 될 수 없다는 점이죠. 그렇기에 이번 연구결과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팥소(앙꼬)’가 없는 찐빵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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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텐실 기법의 특징인 깔끔한 테두리가 돋보이는 뱅크시의 그래피티 작품, 이미지 출처 : opticalspy

오히려 그래피티 아티스트가 흔히 쓰지 않는 기법인 ‘스텐실(오려낸 문양이나 그림으로 잉크나 염료로 디자인을 프린트하거나 장식하는 기법의 하나)과 관련한 분석, 또는 그의 작품에 숨겨진 메시지를 분석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을 병행했다면 더욱 정확한 분석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뱅크시의 정체를 ‘의도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을 수도 있다는 발칙한 음모론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거리에 설치된 방범용 CCTV, 대대적인 경찰 인력의 투입 등 보다 본격적이고 다양한 방법들이 병행된다면 분명 정체를 밝힐 수도 있을 텐데 말이죠. (지금은 꽁꽁 숨어 지내는 대 테러 단체의 수장들도 잡아내는 시대인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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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와 비판이 녹아있는 뱅크시의 작품들, 이미지 출처 : relevantmagazine

어쩌면 뱅크시가 지속적으로 펼치는 풍자, 권위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 반전, 휴머니즘 등에 대한 메시지 전달 등 영국을 넘어 전 세계로 퍼지는 뱅크시의 메시지를 언제까지나 ‘베일’에 가려 두고 보호하고 싶은 의도가 존재하지는 않을까요?

비록 이번 주장이 100%가 아닌 ‘유력한’ 증거를 바탕으로 한 연구 결과였지만 점점 뱅크시의 정체가 드러나는 것 같아 매우 흥미롭습니다. 오히려 100% 확실한 사실이 아닌 일말의 여지가 남아있기에 더욱 재미있는 양상인 듯 합니다.

어떠신가요? 당신이 생각하는 뱅크시는 ‘로빈 거닝햄’이 맞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