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베누가 몰락한 결정적 이유

사업의 성공과 실패를 판가름하는 기준점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성공은 사업가의 가치관과 조직의 목표에 따라 판단의 척도가 달라집니다. 매년 가파르게 성장하는 매출, 두둑히 쌓여가는 잉여 자본금, 기업의 주식가치 상승 등 재무적인 관점부터, 지속가능하며 꾸준한 고용창출을 일궈내는 기업이라는 평판 등 사회기여적인 가치까지 다양한 측면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반면 실패는 성공보다는 좀 더 명확하고 가혹하게 판단이 가능 합니다. 기업이 실패하는 순간은 바로 회사가 자금 운용능력을 상실해 영업활동을 유지 할 수 없을 때를 지칭 합니다. 기업이 여러가지 경영상 실수를 저질러도 회사에 자금이 남아있고 영업활동을 유지할 수 있는 이상, 적어도 그 기업은 망하지는 않습니다.

최근 여러가지 사회적인 이슈를 몰고 다니는 스베누의 모습을 보면 패션 기업의 성공과 실패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영원히 몰락할 것 같지 않을 것처럼 불사조 문양을 로고로 채택한 국산 신발 브랜드를 순식간에 몰락 한 것처럼 보이게 한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영원 불멸을 상징하는 불사조, 스베누도 그 의미를 표방하지 않았을까?

불사조는 죽지 않는 새인데.. 스베누도 처음에는 그 의미를 표방하지 않았을까요?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난 스베누의 경영상 문제점들

단 5분의 포털 검색을 통해서도 속속들이 파악 할 수 있을 정도로 스베누의 경영상 문제들은 만 천하에 드러난 상태 입니다. 그 문제들은 너무나도 처절해서 교과서에 기록해 교육 사례로 활용해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 입니다. 여러 매체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 중에서 팩트에 근접한 내용들만 뽑으면 아래와 같이 일목요연하게 정리 됩니다.

“그래. 회사 운영하다 보면 이런 일도 생기고 저런 일도 생기고 하는 거지..” 라고 한 발자국 멀리서 관망하기에는 문제가 다소 심각해 보입니다. 결국 스베누가 그동안 벌였던 마케팅 활동들은 브랜드 자체의 기본기 부족을 가리기 위한 눈속임에 지나지 않았던 것인가 하는 의구심을 품게 만들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스베누_아이유 광고 이미지

국민 여동생 아이유를 비롯 빅 모델을 활용해 활발한 광고 및 마케팅을 펼친 스베누, 이미지 출처 : 스베누 공식 홈페이지

하지만, 저 품질의 제품이나 상표권이 없는 브랜드, 언론에서의 매출 부풀리기도 스베누를 직접적으로 망하게 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동안 스베누는 디자인, 제품의 퀄리티 향상 등 브랜드의 내실보다는 외형적인 마케팅 활동 투자를 통해 일정 수준 성공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만약 이것이 의도적인 경영전략이었다면 나름 브랜드가 유명세를 얻은 순간까지는 실효적인 전략을 펼쳤다고 판단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결정적으로 스베누가 벼랑 끝으로 몰린 순간의 시작은 역설적으로 마케팅활동을 통해 얻은 유명세를 등에 업고 시작한 공격적인 영업활동 확장 시점이라 생각됩니다.

무리한 점포 수 확장이 기업의 운명을 뒤바꾸다.

스베누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웹사이트에 가맹점 문의 페이지를 개설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웹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가맹 문의 글을 미뤄봐서 스베누의 공격적인 가맹점 확장 공세는 스타리그(블리자드 社의 전략 게임 스타크래프트 대회, 이전 세대의 향수를 자극)를 후원하며, 유명연예인을 전속모델로 내세우던 2015년 초에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짐작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 백화점과 가두 매장에서 스베누라는 이름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게 됐던 시기도 2015년 초부터 였습니다.

이 시기의 스베누는 마케팅활동을 통해 얻은 유명세를 십분 활용해 점포 수를 폭발적으로 늘리며 외형을 확장 했습니다. 2014년에 설립된 브랜드인 스베누는 2016년 1월 현재 100개의 점포 수를 가지고 있는데, 이 폭발적인 매장 수 증가는 장기불황을 얘기하고 있는 의류업계에서는 기염을 토할 만한 성장세 입니다.

스베누 최근 오픈 매장 리스트 이미지

스베누의 최근 오픈 매장, 이미지 출처 : 스베누 공식 홈페이지

브랜드가 외형을 확장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제품을 더 많이 생산해내야 합니다. 불어난 몸집을 유지하기 위해서 매장 수가 늘어난 것과 정비례하여 매출이 상승해야 하고, 점포들은 일정 수준의 이상의 이익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매출은 곧 제품의 판매에서 발생하고, 제품을 많이 팔려면 그 만큼 더 많은 재고량이 확보가 되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 입니다.

자, 이제 유명세를 등에 업고, 점포 수를 늘리고, 제품 발주도 충분히 넣었으니, 곧 큰 매출이 발생하고 아무 문제 없이 잘 돌아가겠구나! 라는 기대는 과연 생각대로 잘 이뤄질까요?

의류 기업이 가장 경계하고 조심해야 하는 순간은 재고량을 늘리는 순간 입니다. 지금 늘리고 있는 재고량이 소비자들이 실제로 수요로 하는 정도 수준인지 아닌지를 예측하고 판단하기 위한 노력이 필히 선행되어야 합니다. 물론 미래의 판매량을 예측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경험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일정 수준이상으로 납득이 가능한 예측 및 조사가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합니다.

기업은 수요예측->재고 투입->결과분석->예측 수정의 과정을 여러 번 거치면서 소비자, 각 점포의 상권 환경, 예상 판매량에 대한 노하우가 쌓이게 됩니다. 이런 노력도, 계획도 없이 늘어난 점포 수와 재고량은 이후에 여러가지 악순환을 낳게 된다. 무리한 생산량 증가-> 판매량 예측 실패로 기대보다 저조한 판매->가격인하, 땡처리-> 브랜드 가치 하락의 흐름은 전형적인 브랜드 쇠락으로 가는 공식 입니다.

생산관리와 재고관리 실패가 가져오는 치명적인 후폭풍

스베누는 순식간에 이뤄진 성장으로 미래의 판매량을 예측할 수 있는 과거 데이터가 현저히 부족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점진적으로 점포 수를 관리하며 수용 가능한 판매량과 재고량에 대한 실험을 거치지 않은 스베누에게 생산량 및 재고량 관리 실패는 너무도 뼈아픈 결과로 돌아 옵니다.

늘어난 생산량은 곧 그만큼의 자금 투입을 뜻합니다. 한 순간에 늘어난 생산량은 곧 더 많은, 일시적인 지출이 생기는 것을 의미 합니다. 이로 인해 생산된 제품이 팔리기 전까지 자금은 꼼짝 못하고 재고에 묶여있게 됩니다.

회사의 재무 상황이 건전하고 자금력이 충분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았을 테지만, 이미 자본이 잠식된 상태였던 스베누는 생산된 제품의 대금을 제때에 지불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공장에서 흘러나온 정품의 스베누 제품들을 곳곳의 땡처리 매장에서 볼 수 있게 되는 것 입니다. 또한 가맹점주들이 발주한 제품은 매장에 도착하지 않았는데 옆의 땡처리 매장에서는 정가보다 싼 가격에 팔리고 있는 기이한 현상을 마주하게 되는 것 입니다. 그 이후에 벌어지는 상황은 소비자들이 인식하는 브랜드 제품의 가치하락과 마케팅 활동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상표권 문제, 제품의 낮은 품질 등 이슈를 만천하에 드러내는 일련의 과정들입니다.

점포를 개설해서 소비자에게 판매를 하는 의류 기업에게 생산과 재고관리는 기업이라는 유기체의 생명을 유지시키는 심장과 같은 핵심적 기능 입니다. 결국 점포 확장과 생산량 증가가 가져온 과도한 재고 발생 및 그로 인한 자금 운용 능력 상실은 호기롭게 영원불멸의 신발을 만들겠다던 브랜드의 심장을 멎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만약 시간을 되돌려 점포 수와 생산량만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줄였다면 어땠을까요?

그간 스베누의 활발한 마케팅 활동을 일순간 무색하게 만들어 버리는 것을 보면, 어느 필드에서나 기본기에 소홀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스베누와 같은 형태의 기업에게는 점포 수 관리, 생산량, 재고량, 자금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기본기가 아니었을까요?

YTN Science 청년창업 런웨이에 출연한 황효진 대표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