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단테 : 그녀가 첼로를 가지고 산에 오른 이유

지난 2015년, 첼리스트(Cellist)이자 베이시스트(Bassist)이며 워싱턴 주립 대학의 교수인 ‘루스 보든(Ruth Boden)은 첼로를 짊어진 채 오레건 주 북동쪽 끝에 위치한 해발 약 3,000m의 ‘왈로와 산맥(Oregon’s Wallowa Mountains)의 정상에 올라 놀라운 연주를 선보였는데요. 그녀가 무거운 첼로를 가지고 산에 오르는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그녀는 ‘자연 속 음악’이라는 주제로 만든 ‘Music Outside Four Walls’라는 기관의 리더이기도 한데요. 그녀가 첼로를 짊어진 채 산에 오른 이유는 바로 Music Outside Four Walls의 프로젝트 중 하나인 ‘안단테(Andante)’를 실현하기 위함이라 합니다. 안단테는 걸음걸이 정도의 빠르기란 뜻으로 ‘느리게’를 나타내는 음악 용어로 그녀의 프로젝트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왈로와 산을 천천히 걸어 올라가며 기존의 실내 연주에서 벗어나 산 정상에서의 자유로운 연주와 모험을 동시에 즐기는 것이라고 합니다.

사실 그녀가 처음 첼로를 가지고 산에 오르기 시작한 것은 어린 시절 참석한 여름 캠프에서 록키 산맥에 올라 야외에서 연습을 했을 때, 콘서트 홀과 달리 소리에 대한 제약에서 벗어나 자연과 합주하는 매력에 빠지게 됐다고 하는데요. 그 해 여름부터 그녀는 첼로를 가지고 하이킹을 다니며 자신의 가장 이상적인 연주장소로 꼽은 자연에서 연주를 해왔다고 합니다.

그녀는 프로젝트를 보여주기 위해 영국 옥스포드에서 ‘릴 플래닛(Reel Planet)’이라는 프로덕션을 운영중인 비디오 그래퍼 이자 영상제작자인 ‘가빈 카버(Gavin Carver)’와 함께 음악과 자연이 어떻게 어우러지는지를 영상에 담아냈습니다. 가빈 커버는 자연과 문화의 상호작용이라는 주제로 영상을 다루던 중, 그녀의 첼로 수업에 참석했다 그녀가 첼로를 메고 산에 올라 연주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결심했다 합니다.

홀로 정상에 오른 그녀는 어떤 관객도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형식적인 복장에 얽매이지 않고, 계획과 리허설 없이 하는 첼로 독주를 통해 오케스트라 연주회에서는 느낄 수 없는 오직 자연만이 가지고 있는 순수함과 사색을 느낄 수 있으며, 단지 기억만이 존재할 뿐이라고 합니다. 그녀가 연주하는 곡은 우리에게도 CF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익숙한 ‘요한 세바스찬 바흐(J.S Bach)’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제 1번 프렐류드(J.S Bach, Prelude, Cello Suite No.1)인데요. 그녀가 이 곡을 연주하는 이유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전에 이 곡을 좋아했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산 정상에서 그 곡을 연주하면 이 곡이 아버지께 닿을 것 같다는 애틋한 사연이 녹아있습니다.

또한 산 중턱의 호숫가에서 쉬며 그녀의 자작곡인 ‘Look Up’을 연주하기 전, 그녀는 자연 속에서 인간의 목소리와 친숙한 첼로를 연주할 때 자신의 몸과 지구가 하나로 연결되어 음악가와 자연이 좋은 관계를 만들어 나간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하기도 합니다.

첼로가 가진 물리적인 무게를 짊어지는 힘든 여정일지라도 산 정상에 올라 자신만의 음악을 연주하는 그녀는 어떤 누구보다 자유로워 보입니다. 또한, 그녀의 연주 속에 녹아있는 따뜻하고 인간적인 스토리와 자연과의 조화를 통한 아름다운 교감은 지친 금요일의 피로마저 덜어주는 듯 합니다. 영상을 통해 루스 보든의 따뜻한 울림을 직접 느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