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마라이니가 담아낸 일본 해녀의 모습

이탈리아 태생의 포토그래퍼 ‘포스코 마라이니(Fosco Maraini)’는 약 반 세기 전인1954년에,  소규모 영상 크루와 함께 일본 이시카와 현에 위치한 작은 섬인 ‘헤구라 섬(Hegura-jima)’을 방문했습니다. 이 작고 아름다운 섬은 진주를 캐기 위한 해녀들이 많이 활동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었는데요. 당시 마라이니가 촬영한 사진들은 시간이 지난 후 ‘l’Isola delle Pescatrici(해녀의 섬)’이란 타이틀의 사진집으로 출간됐습니다. 이 사진집은 헤구라 섬에서 활동하는 해녀들이 해변 및 물 속에서 진주를 채집하거나 물가에서 작업을 하는 등의 일상 생활을 담았습니다.

또한, 포스코 마라이니는 일본 방문 이전에 중앙 아시아인 파키스탄과 아프카니스탄의 경계에 자리한 ‘힌두쿠쉬 산맥(Hindu Kush Mountain)’, 동남아시아, 이탈리아의 남부지방 등 전세계 곳곳의 생활을 담기 위해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는데요. 포토그래퍼임과 동시에 인류학자, 민속학자였던 마라이니는 세계 여러 나라의 민속 문화와 사람들의 모습, 자연 환경 등 다양한 주제를 카메라에 담아 기록했습니다.

마리아니가 일본을 방문했을 당시는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무렵을 향해 달려가고 있을 때였는데요.이탈리아가 동맹국과 휴전 협정을 맺은 이후, 일본 정부의 관계자들은 마라이니에게 그의 아내에게 무솔리니가 세운 망명정부인 ‘이탈리아 사회공화국(Repubblica Sociale Italiana, RSI)’에 충성을 맹세하는 서약서에 서명할 것을 권유했는데요. 이를 거절한 부부는 나고야에 있는 수용소에 하나뿐인 딸과 함께 2년 동안이나 억류되어 있었습니다. 이후 1945년, 미국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하며 일본이 항복하며 세계대전이 끝나게 되는데요. 그때서야 비로소 마라이니 부부는 자유를 찾게 됐습니다.

종전 이후, 자유를 되찾은 마라이니는 일본의 곳곳을 탐방하며 자신이 머물렀던 애증의 땅, 일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냈습니다. 자신에겐 뼈아픈 시련이 담겨있는 일본의 땅이지만, 인류학자이자 민속학자였던 그의 카메라에는 어떠한 악감정도, 아픈 흔적도 없이 순수한 일본의 풍경이 담겨있습니다. 사진을 통해 반세기 전, 해녀들의 생활을 감상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