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쿠 문화, 순수 예술이 되다


‘Mr.’란 이름으로 알려진 일본의 현대미술 아티스트 ‘이와모토 마사카츠(Iwamoto Masakatsu)’는 독특한 작품세계를 가진 아티스트 중 한 명인데요. ‘오타쿠’문화라는 서브컬처의 한 영역을 순수 예술로 끌어올린 그의 개인전 ‘Sunset in My Heart’ 뉴욕에 위치한 ‘리먼 머핀(Lehmann Maupin)’ 갤러리에서 진행 중입니다.

Mr. 작품의 미적인 특징은 그의 작품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수퍼플랫(Superflat, 초평면)’ 스타일로 대표되는데요. 수퍼플랫이란 일본의 앤디 워홀이라 일컬어지는 팝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Takashi Murakami)’가 처음 제시한 예술적 개념으로,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완전히 평면화 된(flattened) 계급의 높낮이, 어지러운 사회적 상황이었던 일본의 문화를 미술영역을 확장해 ‘저급한’ 또는 ‘하위의’ 것으로 간주되던 요소들을 재해석한 예술입니다. 이는 상업 예술과 순수 예술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문화적 장벽을 허물고 그 범주를 확대하는 큰 의미를 지니는데요. Mr.는 일본인을 비롯해 우리에게도 친숙한 하위문화인 ‘오타쿠’ 문화 역시 수면 위로 끌어올려 예술의 경지로 기존의 시각을 바꿔 놓는 데 일조합니다.

Sunset in My Heart에 전시되는 작품들은 지난 2011년에 발생했던 참혹한 자연재해 ‘도호쿠 대지진(Tohoku earthquake)’과 쓰나미, 방사능 피해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일본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이 자연재해를 겪은 후, 작가는 팝 아트, 그래피티로 대변되는 거리 예술을 비롯한 다양한 미술 작품으로 이 사건에 대한 개인적 탐구, 개인과 개인의 내면, 사회적 측면을 반영하는 작품활동을 지속해 왔습니다.

그의 개인전 Sunset in My Heart에서 Mr.는 그의 표현주의와 실험정신의 뿌리를 그가 젊은 아티스트였던 시절의 시각으로 되돌려놨는데요. Mr.는 오래되고 낡은 캔버스에 추상적인 요소들이 뒤섞인 그래피티 등과 같은 작품을 선보입니다. Mr.는 작업에 앞서 캔버스를 태우고, 밟고, 먼지가 쌓이도록 준비했습니다. 이 독특한 방식으로 준비된 캔버스는 Mr.의 초기 관심사였던 ‘아르테 포베라(Arte Povera, 1960년대 이탈리아에서 일어났던 전위적 미술운동. 지극히 일상적인 소재를 활용해 구체적인 삶의 문맥에서 예술을 바라보게 함)’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데요. 이는 Mr.의 예술활동 초기에 그가 영수증 또는 메뉴판 등에 그렸던 일본 만화에 많은 영향을 줬다고 합니다. Mr.는 이 손상된 캔버스의 표면에 온라인 상에서 그가 활동하는 오타쿠 커뮤니티 및 그가 수집한 매거진, 포스터, 광고 등의 컬렉션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만화들을 그렸는데요. 이번에 전시되는 이 작품들은 Mr.가 시각적으로 표현되는 대중 문화 및 개인과 개인이 어떻게 관계를 맺는가에 대한 재해석이 반영되어 강렬하게 표현됩니다.

Mr.의 모든 작품은 애니메이션과 만화를 비롯한 서브컬처 요소들을 비판하기보다는 문화적 의의에 중점을 두고 포용하며 순수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습니다. 뿐만 아니라 수많은 공을 들여 재창조한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만화 캐릭터의 특성을 보다 자세히 표현하고 의도를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Mr.는 전시 오프닝 행사에서 실제 코스프레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는데요. 이번에 선보이는 그의 최신작들에서는 언뜻 보기에는 키치해 보이고 불쾌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아래에는 파멸에 대한 개인과 전 세계, 그리고 환경적인 테마가 짙게 깔려있습니다. Mr.의 작품에는 만화 스타일의 캐릭터가 계속해서 등장하는데요. 이들의 의의는 보이는 것 보다 큰 의미를 지닙니다. 이들은 로리콘(lolicon, 가상의 어린 여자 캐릭터에게 비정상적으로 느끼는 성적 충동)이 아닌 ‘모에(Moe, 일본어로 ‘싹튼다’는 의미로, 어떤 대상에 대한 열광, 또는 열광하는 대상의 매력을 가리키는 말)로 대변되는 플라토닉의 영역으로, 성적인 잣대가 아닌 하나의 아이콘에 대한 환상과 사랑으로 표현되는 중요한 매개의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이 새로운 캐릭터들은 모든 역경과 고난을 극복한 아이콘들로 대변되는데요.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되는 캐릭터들을 통해 국가적인 재앙에 절망하는 대신에 기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예술적인 응원을 한다는 깊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전시의 타이틀 ‘Sunset in My Heart’은 현실적인 우울함과 희망이 동시에 빚어내는 감정적 갈등을 만화 캐릭터라는 독특한 매개를 통해 표현하는데요. 이는 국가적 재앙을 맞은 일본인뿐만이 아닌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복잡한 내적 갈등까지 포함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듯 그의 예술적 세계관은 시각적으로 드러나는 것 이면에 더 깊은 의미가 깔려있는데요. 서브컬처의 굵직한 갈래인 오타쿠 문화를 순수예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릴 수 있던 것은 Mr. 그가 꿰뚫어보는 날카로운 시각과 정교한 표현법이 뒷받침 되기 때문인 듯 합니다. Sunset in My Heart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 및 Mr.의 프로필과 더 많은 작품은 리먼 머핀 갤러리의 공식 홈페이지를 참조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