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 클럽의 성지, 뉴욕의 NYRR을 들여다보다

1이제는 ‘웰빙(Well Being)’이란 말조차 구식으로 느껴질 만큼 건강에 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함에 따라 생활 체육 역시 우리 일상에 깊게 스며들게 됐는데요. 몇 해 전부터 자리잡기 시작한 러닝 클럽과 이 밑바탕이 되는 러닝 컬처 역시 이제는 더는 낯설지가 않습니다. 특히나 건강이라는 일차원적인 접근을 넘어 일과 삶 사이의 밸런스가 중시됨에 따라 러닝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형성하며 교류하는 독특한 문화가 발생하게 됐는데요. 우리는 도심에서 달리는 ‘어반 러닝(Urban Running)’의 성지라 할 수 있을 만큼 러닝 컬처가 살아 숨 쉬는 도시 ‘뉴욕(New York)’,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NYRR(New York Road Runners)’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NYRR, 뉴요커와 함께 달린 58년

2지난 1958년에 설립된 이래 NYRR은 뉴욕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와 전통을 자리하는 명실상부 최고의 러닝 클럽으로 자리했는데요. H. Browning Ross와 40인의 멤버가 첫발을 내디딘 이래 모든 인종, 성별, 난이도와 관계없이 많은 이들과 소통하며 가장 규모 있고 체계적인 러닝 클럽의 기틀을 마련하게 됩니다. 이후 ‘장거리 달리기의 아버지(The father of long distance running)’라 불리던 미국 태생의 장거리 달리기 선수였던 ‘테드 코빗(Ted Corbitt)’이 NYRR에 합류한 이후 본격적인 러닝 컬처에 관한 새로운 문화가 움트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훗날 1970년도에 센트럴 파크에서 처음 개최된 ‘뉴욕 시티 마라톤(New York City Marathon)’에 출전하며 많은 이들을 독려했는데요. 오직 $1의 참가비에도 참여가 가능했던 이 마라톤에는 총 127명의 참가자와 55명의 완주자(Finisher)와 함께 당찬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NYRR은 2년 뒤, 처음으로 여성들로만 구성된 ‘Crzaylegs Mini Marathon(현재 진행 중인 NYRR New York Mini 10K의 전신)’을 통해 더 많은 이들이 러닝 컬처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등 독자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러닝 컬처의 지평을 더욱 넓히게 됩니다.

이후 80년대에는 당대 미국 마라톤 스타였던 ‘빌 로저스(Bill Rodgers)’와 ‘프랭크 쇼터(Frank Shorter)’, 최초의 여성 올림픽 마라톤 챔피언 ‘조앤 배노이트 새뮤얼슨(Joan Benoit Samuelson)’ 등 수많은 러닝 선구자들과 함께 더 활발한 활동을 통해 뉴욕에 러닝 컬처의 뿌리를 완전히 내리게 됐습니다. 이후 90년대에 들어서는 단지 클럽에서 주관하는 활동뿐만 아니라 뉴욕의 몇몇 학교에 러닝 프로그램을 시작하며 러닝 컬처의 꽃을 피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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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2000년대 초반에는 뉴욕을 넘어 전 미국, 전 세계에 애도의 물결을 일으켰던 911테러 사건으로 인해 뉴욕은 황폐한 분위기로 가득했었는데요. 이때도 역시 NYRR의 움직임은 멈춤이 없었습니다. 도시 재건 사업 및 자선 사업, 기부금 모금 등 NYRR의 다양한 활동은 그들이 더는 러닝 클럽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뉴욕의 상징이라는 점을 증명해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그들의 행보는 40명의 구성원으로 시작한 단체가 40,000명이 넘으며 그 영향력이 세계 무대로 뻗어 나가게 됩니다.

이처럼 NYRR이 뉴욕의 상징이자 러닝 컬처의 선구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러닝이라는 스포츠에만 국한되지 않고 지역사회와의 소통, 교감과 유대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활동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입니다. 그들의 달리기는 올해로 58년째 이어지고 있는데요. 지치지 않는 발걸음으로 이어나가는 그들의 역사와 전통은 끝이 보이지 않는 듯합니다.

NYRR, 차별화된 러닝 프로그램

4NYRR의 58년 역사와 전통은 탄탄한 프로그램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을 텐데요.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NYRR의 다양한 러닝 프로그램은 초심자들에게도 그 어떤 제약 없이도 러닝에 편하게 접근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매달 캘린더를 가득 채우는 NYRR의 프로그램은 다채롭게 구성돼 있는데요. ‘TCS 뉴욕 시티 마라톤(TCS New York City Marathon)’, ‘에어비앤비 브루클린 하프 트레이닝(Airbnb Brooklyn Half Training)’, ‘유나이티드 에어 NYC 하프 마라톤 트레이닝(United Air NYC Half Marathon Training)’, ‘NYRR 마라톤 트레이닝(NYRR Marathon Training)’ 등 연령과 거리, 숙련된 정도에 따라 선택해서 수강할 수 있는 전문적이고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유료 프로그램은 전/현직 프로 달리기 선수 및 전문가들의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한편, ‘NYRR Open Run’, ‘Five-Borough Series’ 트레이닝에 집중한 러닝 이외의 뉴욕이라는 거대한 커뮤니티의 구성원들이 서로 교감하고 유대를 형성하는 오픈 러닝 프로그램 역시 NYRR의 자랑이라 할 수 있는데요. 특히나 Five-Borough Series의 경우, 뉴욕이라는 도시를 구성하는 다섯 개의 자치구(Borough)에서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러닝 프로그램으로 뉴욕이 가진 5가지 얼굴을 모두 볼 수 있다는 장점으로 수만 명의 인원이 참가하며 상징적인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기도 했습니다. 이 외에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뛰어서 올라가는 ‘Empire State Building Run Up’, 자선을 목적으로 한 ‘Race for Recover’를 비롯한 이벤트 및 활동 역시 NYRR이라는 거대한 커뮤니티를 하나로 묶어주는 활동입니다.

NYRR, 그리고 뉴욕 시티 마라톤(New York City Marathon)

545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런던, 암스테르담, 보스턴 마라톤 대회와 함께 세계 4대 마라톤 대회로 자리 잡은 뉴욕 시티 마라톤은 매년 수만 명의 참가자와 함께 달리는 명실상부 최고의 마라톤 대회인데요. 현재는 세계 최대의 IT 서비스 회사 중 하나인 인도의 ‘타타 컨설턴시 서비스(Tata Consultancy Service)’가 스폰서를 맡아 TCS 뉴욕 시티 마라톤이라는 명칭으로 진행 중입니다. 대회는 매년 1회, 9월 첫째 주 일요일에 개최되는데요. 지난 2012년, 뉴욕을 휩쓸고 지나간 허리케인 ‘샌디(Sandy)’로 인한 대회 취소를 제외하고는 단 한번도 거르지 않은 뉴욕의 상징적인 축제라 할 수 있습니다.

6뉴욕 시티 마라톤은 127명의 참가자, 그리고 55명의 완주자와 함께한 지난 1970년 첫 대회부터 시작된 이래 작년에는 약 50,000명의 완주자가 메달을 거는 기쁨을 누렸는데요. 앞서 소개한 ‘Five-Borough Series’가 한 번에 하나의 자치구를 순차적으로 달리는 경기라면 뉴욕 시티 마라톤은 한 번에 5개의 자치구를 모두 달리며 각기 다른 분위기를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뉴욕 시를 구성하는 5개의 자치구 중 가장 남쪽에 위치한 스태튼 아일랜드(Staten Island)에서 출발해 브루클린(Brooklyn), 퀸즈(Queens), 브롱스(Bronx)를 거쳐 맨해튼(Manhattan)의 중심에 위치한 센트럴파크(Central Park)에서 종료되는 이 마라톤 대회는 정식 마라톤 코스가 아닌 도심을 가로질러 달리기 때문에 기록보다는 함께 달린다는 유대감과 서로를 향한 응원, 뉴욕이란 매력적인 도시를 마음껏 만끽하는 가벼운 마음과 함께하는 하나의 축제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뉴욕에 상당한 자부심을 느낌과 동시에 서로에게 호의적이고 친절한 뉴요커들은 대회에 참가하지 않더라도 코스에서 응원을 통해 힘을 북돋워 주고 연신 하이파이브를 하곤 하는데요. 이렇듯 다양한 매력으로 인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마라톤 대회는 아니지만 4대 마라톤 대회에 당당히 자리하고 있습니다.

NYRR, 한국에서 만날 수 있는 방법은?

NYRR을 한국에서 만날 수 있는 방법, 아쉽게도 지금 당장으로는 없습니다. 하지만 NYRR처럼 한국의 러닝 크루(또는 클럽)에 가입해 자신만의 러닝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많을 듯합니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몇 해 전부터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진 러닝 크루가 탄생했는데요. 기존에 알던 지인들이 모여 소소하게 시작한 인맥 기반의 크루, 나이키+ 런 클럽(Nike + Run Club, NRC)과 같이 스포츠 브랜드의 주도로 관심 있는 이들이 모인 대규모 그룹까지 다양한데요. 많은 이들이 달리기를 두려워하곤 합니다. 그중 가장 주된 이유는 ‘달려본 적이 없으니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서’ 등 시작과 관련된 경우를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요. 그렇기에 혼자 뛰는 개인 러닝보다는 함께 뛰는 그룹 러닝이 효과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처음이란 두려움을 떨쳐내는 데에는 함께 뛰는 동료가 있다는 점이 심리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많은 부담을 줄여주게 됩니다. 또한, 일정한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는 그룹 러닝은 자칫 나태해지기 쉬운 자신을 잡아주는 하나의 장치가 되는데요. 이에 더해 함께 뛰며 서로의 페이스를 확인하고 독려하는 것은 혼자 뛸 때보다 더욱 효율적인 러닝을 가능하게 합니다. 또한, 매번 일정한 코스를 달리기보다는 구성원들끼리 새로운 루트를 개척하는 것 역시 함께 뛰는 즐거움 중 하나일 텐데요. 실제로 새로운 코스를 공유하는 풀뿌리 러닝 문화는 폐쇄적인 그룹활동에서 벗어나 그룹과 그룹 간의 소통과 교감, 유대감을 낳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오늘 소개한 뉴욕 최대의 러닝 클럽인 NYRR 역시 러닝에 일차원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닌 러닝을 통해 더 나은 방향으로 커뮤니티를 발전시키고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며 유대와 교감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교류를 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에도 여러 러닝 크루 및 클럽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만큼 건강한 문화로 자리 잡아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나가기를 기대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날씨, 시간, 복장 등 외적인 요인에 관한 걱정은 잠시 잊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러닝, 즉 달리기는 머리가 아닌 두 다리로 하는 것이기에 직접 뛰어보고 그 매력에 빠져보시길 바랍니다.

NYRR(New York Road Runners)에 관한 더 자세한 내용은 NYRR의 공식 홈페이지를 참조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