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파이브를 만든 게이 야구선수, 세상에 울림을 주다

미국의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의 설립 30주년을 기념해 유명 영상 제작자들이 촬영한 다큐멘터리, ’30 for 30’에서 하이파이브를 만든 게이 야구선수인 ‘글렌 버크(Glenn Burke)’의 일생을 되돌아봤습니다.

지난 1977년,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팀 ‘LA 다저스(LA Dodgers)’ 소속의 신인 외야수였던 글렌 버크는 그의 팀 동료였던 ‘더스티 베이커(Dusty Baker)’의 대기록인 시즌 30호 홈런을 축하하기 위해 손을 들어올려 하이파이브를 하게 됐는데요. 바로 이 행동이 현재 우리가 무언가를 축하하거나 반가움을 표시할 때 하는 전형적인 제스처인 하이 파이브의 시초가 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팀의 에너지이자 활력소였던 버크는 이듬해 이상할 정도로 오클랜드 어슬레틱스(Oakland Athletics)’로 급하게 트레이드가 되고 맙니다. 부상도 없고, 성적도 떨어지지 않은 상황에 갑작스러운 트레이드는 팬들은 물론 팀 동료들마저도 몹시 당황하게 만들었는데요. 그 이유는 다름아닌 그가 게이임을 밝혔기 때문입니다. 당시 보수적이던 미국 및 미국 프로 스포츠계에서 게이임을 당당히 밝힌 그에 대한 시선은 결코 곱지 않았는데요. 결국 팬 및 동료들의 멸시와 배척으로 인해 최전성기로 발돋움할 수 있는 나이인 27세에 메이저리그에서 은퇴를 맞게 됩니다.

그의 적극적인 커밍아웃은 오히려 게이를 비롯한 성소수자들에게는 용기있는 선구자로서 큰 용기와 영감을 제공했는데요. 은퇴 이후 달리기, 농구 등 다양한 스포츠 경기에서 두각을 나타낸 그는 게이 구성원들로 이뤄진 소프트볼 리그 중 샌프란시스코의 Uncle Bert’s Bombers라는 팀에서 3루수를 맡으며 지역 팬 및 팀 동료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게 됩니다. 그가 경기를 하는 날이면 경기장 주변에는 수많은 성소수자들이 거리를 메웠고 그의 움직임에 환호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과속 차량에 치어 심각한 다리 부상을 당한 더 이상 운동을 하기 어려워지게 됐는데요. 이 후 마약, 노숙생활 등 어려운 생활을 이어나가다 에이즈로 인해 42세에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짧게 타오른 불빛은 오래가지 못해 꺼지고 말았지만 그를 기억하는 동료, 팬, 영감과 용기를 얻은 성소수자들은 여전히 그를 추억하고 있는데요. 이른 나이에 세상을 등진 글렌 버크이지만 여전히 그를 기억하고 사랑하는 이들은 그를 향해 손바닥을 내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