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존재 했지만 보이지 않던 사람들

할리우드 최초의 흑인 영화감독이었던 ‘고든 파크스(Gorden Parks)’와 미국 흑인 문학을 대표하는 흑인 작가 ‘랠프 엘리슨(Ralph Waldo Ellison)’은 미국 예술계와 문학계에 있어 손꼽히는 인물인데요. 고든 파크스는 특히 ‘라이프(Life)’ 지(紙)에 실렸던 흑인들의 가슴 아픈 시대상을 담은 포토 에세이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 예술/문화사(史)에 절대 빠질 수 없는 이 둘의 이야기를 담은 전시회가 ‘Invisible Man : Gordon Parks and Ralph Ellison in Harlem’이라는 타이틀 하에 시카고 현대 미술관에서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엘리슨은 널리 칭송 받는 동시에 논란의 여지가 되는 자신의 장편 소설 ‘보이지 않는 사람(The Invisible Man, 1952)으로 20세기 문학계에 큰 획을 그었는데요. 각자의 분야에서 널리 이름을 알리며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았던 두 사람이 돈독한 우정을 과시한 사이였다는 것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은 인종 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비전을 공유했으며, 뚜렷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진과 문학적 요소를 담은 협업을 1948년과 1952년에 두 차례나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들의 첫 협업이 진행됐던 1948년, 사진 기술의 발달과 그 인기가 점점 늘어남을 기회로 삼아 둘은 ‘Harlem is Nowhere’라는 타이틀의 포토 에세이를 발간했는데요. 이는 자신들의 방식대로 인종차별과 분리정책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효과를 집중 조명하며 당대의 시대상을 겨냥한 목소리를 내비쳤던 의미 있던 작업이었습니다. 약 4년이 지난 1952년, 파크스와 엘리슨은 또 한 번의 협업을 진행하게 됐는데요. 미국의 시사 화보 잡지인 ‘라이프’지를 통해 ‘보이지 않게 된 사람(A Man Becomes Invisible’이라는 포토 에세이를 통해 다시 한 번 세상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드러낸 것입니다. 이는 같은 해에 출간한 엘리슨의 소설 ‘보이지 않는 사람’의 배경이 되었던 당시 미국 내 흑인들에 대한 인종차별과 그들의 삶과 배경을 고스란히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두 번의 포토 에세이 모두 그들이 초기에 구상했던 바 대로 출간되지는 못했는데요. 첫 번째 포토 에세이는 소실되어 두 번째 포토 에세이의 일부분만이 인쇄되어 세상에 알려지게 됐습니다.

시카고 현대 미술관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회는 처음으로 마크스와 엘리슨의 의도대로 사진 및 글귀들을 한데 모아 온전히 의미를 전달하게 된 의미 있는 행사인데요. 이 전시를 통해 이전엔 단 한번도 세상에 공개되지 않았던 파크스의 사진에서부터 시카고 미술관이 보관해온 작품과 엘리슨의 원고 등이 공개된다고 합니다. 당시 할렘의 풍경과 흑인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묘사한 엘리슨과 파크스의 작품에는 인종 차별의 한 가운데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통해 사회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더 나은 대안을 찾기 위한 몸부림과 미국 내 흑인들의 애환이 녹아 있습니다.

분명히 존재했음에도 사회적으로, 인종적으로 ‘보이지 않는 사람’으로 취급 받던 당대의 흑인들과 그들을 대표하는 파크스와 엘리슨의 목소리가 그대로 담긴 이번 전시회는 오는 8월 26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라 합니다. 전시에 관련한 더 자세한 내용 및 티켓 구매는 시카고 현대 미술관의 공식 홈페이지를 참조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