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몰랐던 아프리카 흑인 댄디즘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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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맥주 브랜드 ‘기네스(Guinness)’는 2년 전 콩고의 블루칼라 노동자들을 담은 다큐멘터리 광고를 선보였는데요. 내전과 난민, 기아와 빈곤으로 널리 알려져 있던 콩고의 매력적인 모습을 본 세계는 이내 콩고 사람들의 당당하고 패셔너블한 모습에 매료됐습니다. ‘사퍼스(The Sapeurs)’라 불리는 그들은 콩고 사회에서 품격 있고 우아한 사람들의 무리를 지칭하는 말인데요. 그들은 사회적인 통념을 거부하고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기 위해 심플한 철학을 따르는 사람들입니다.

사퍼스들은 ‘댄디즘(Dandyism)’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요. 댄디즘이란 19세기 초, 영국과 프랑스에서 일어났던 하나의 사조, 세련된 멋과 치장을 통해 일반 계층의 사람들에게 과시하는 태도, 이를 통해 예술가의 자존심을 보여주는 ‘정신적인 귀족주의’로 발전하게 된 사상입니다. 1880년부터 1960년까지 프랑스의 지배를 받아왔던 콩고에는 이런 프랑스적인 사상과 문화가 자연스레 녹아들 수 밖에 없었는데요. 지금은 완전히 독립하게 된 콩고인들에게는 과거 노예생활의 잔재를 털고 프랑스의 패션과 문화 정신적 사조를 적절하게 적용해 하나의 문화로 정착시켰습니다. 오늘날의 댄디즘은 콩고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심볼이자 아이덴티티로 작용하고 있는데요. 콩고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흑인들의 댄디즘에는 기존에 우리가 알던 개념과는 좀 더 다른 그들의 인종적, 문화적 배경이 녹아있습니다.

이 인종적, 문화적 현상을 포함한 아프리카 국가의 흑인들의 패션과 댄디즘, 이에 관련된 남성성과 젠더 정체성은 가나 태생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Ekow Eshun’의 큐레이팅을 통해 전시회로 개최되었는데요. 런던에 위치한 ‘The Photographers’ Gallery’에서 ‘Made You Look: Dandyism and Black Masculinity’라는 타이틀 하에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바마코(Bamako, 말리의 수도)’부터 ‘런던(London)’ 스튜디오와 거리 위까지 다양한 곳에서 촬영한 흑인들의 댄디한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Eshun은 “사전적 의미의 ‘댄디’는 과하게 치장한 패셔너블한 남자들을 뜻한다. 하지만,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조지 바이런(George Gordon Byron)’, 아일랜드의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 프랑스의 시인 ‘샤를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를 비롯한 댄디즘의 상징적인 인물들에 의해 다듬어진 ‘댄디즘’은 기존의 계급, 성(Gender), 섹슈얼리티에 대한 통념에 의도적으로 반기를 드는 사회적인 의미를 지닌다.”며 댄디즘에 대한 본질적인 접근을 제시했습니다.

패션은 자의식을 표출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으로, 한 개인의 정체성과 치장을 단편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예라 할 수 있습니다. 소개해드리는 사진 속 주인공들은 브로그(Brogue, 옥스포드화의 가죽에 구멍을 뚫은 장식)와 보타이(Bow Tie), 유럽의 복식에 아프리카의 패턴을 적용한 화려한 수트 등으로 치장한 모습인데요. 이번 전시회에 참여한 여러 포토그래퍼들은 아프리카 흑인들의 급진적이고 개인적인 정치의 다양한 양상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전시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흑인 남성들은 고급 의류를 입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어떤 옷을 입느냐의 문제보다는 어떻게 입느냐에 대해 더 집중하고 있다.”고 큐레이터인 Eshun은 설명했습니다.

영국 태생의 포토그래퍼 ‘콜린 존스(Colin Jones)’의 주목할 만한 포토 시리즈 ‘Black House’에서는 런던 북부의 할로웨이 로드(Holloway Road)에 위치한 호스텔에 묵고 있던 신중하고 사려 깊은 스타일을 선보이는 한 남성에 주목했는데요. 존스는 “Black House 시리즈를 준비한 지난 4년간, 내가 얻은 것은 아프리카의 어떤 지역을 담아냈냐는 오직 내 스스로에 대한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이었다. 할로웨이 로드, 우리가 서있던 곳에서 약 3마일 떨어진 그곳에서.” 난 지금에서야 깨달았다. 댄디즘은 이런 작은 커뮤니티가 위협받고 두려움에 떤다면 세계 어느 곳이든 일어날 수 있었던 일이라는 것을.”이라며 댄디즘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이 외에도,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러시아계 가나인 포토그래퍼 ‘Liz Johnson Artur’는 샌프란시스코 태생의 포토그래퍼 ‘Jeffrey Henson Scales’이 뉴욕의 댄디 컬처를 집중 조명하던 지난 30년 간 자메이카와 디트로이트의 댄디 문화를 연구해왔으며, 영국 태생의 영화 감독이자 아티스트 ‘Isaac Julien’은 지난 1989년, 자신의 실험적 다큐멘터리인 ‘랭스턴을 찾아서(Looking for Langston)’를 통해 섹슈얼리티와 젠더의 개념을 드러내기도 했는데요. 그는 이 작품을 1920년대의 자유를 향한 흑인 문화운동인 할렘 르네상스 기간의 흑인 게이들의 열망을 탐구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포토그래퍼 ‘Kristin-Lee Moolman’은 모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양성애자들을 촬영한 사진들을 통해 모던 댄디즘에 대한 탐구와 기존의 고정관념을 타파하기 위해 시도했습니다.

큐레이터 Eshun에게 있어 댄디즘은 유난히 고향과 밀접한 주제인데요. “청소년기에 생에 처음으로 백인들의 강압적인 시선을 느끼게 된다면, 난 스스로 이 질문을 던질 것이다. 당신의 몸이 당신의 것이 아닌 것처럼 여겨지는 상황에 어떻게 공포와 정신적인 쇠약 없이 삶을 살 수 있겠는가?”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는데요. “그 정답은, 야망과 욕망, 자신감과 내적 믿음을 표출할 수 있는 스타일과 애티튜드를 통해 당신이 생각하는 당신의 모습대로 보여질 수 있도록 표현하는 것.”이라며 아프리카 흑인들의 댄디즘에 기반한 사회적, 인종적 배경에 대해 밝혔습니다.

이에 더해, Eshun은 “댄디즘은 흑인 남성들이 어떻게 보여야만 한다거나 개인적인 자유를 누리기 위해 특별한 장소를 만들고 그 곳에서만 머물러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틀렸음을 입증하는 차원의 문제이다.”라며 전시의 핵심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흑인들의 매끈하고 탄탄한 몸매, 길게 뻗은 팔과 다리를 감싼 아름다운 의상과 그들이 선보이는 댄디한 패션은 타인의 눈에는 그저 꾸미기를 좋아하는 사치스러운 패션으로 비쳐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패션을 통해 뽐내고자 하는 열망 이면에는 오랜 기간 억압 받고 자존감을 표출하지 못했던 지난 날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그들만의 몸부림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댄디, 댄디즘이란 아프리카 흑인들에게 있어 스타일 또는 룩이 아닌 하나의 문화이자 표현 방식인데요. 그렇기에 그들이 표현하는 댄디즘은 일관된 스타일이 아닌 다양한 모습으로 표출되고 있습니다.

‘Made You Look: Dandyism and Black Masculinity’ 전시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The Photographers’ Gallery의 공식 홈페이지를 참조해보세요.